의과대학 학생들의 연구윤리에 대한 인식과 학습목표 달성도 분석
Learning objectives achievement in ethics education for medical school students
Article information
Trans Abstract
Purpose:
This study aimed to examine the necessity for research ethics and learning objectives in ethics education at the undergraduate level.
Methods:
A total of 393 fourth-year students, selected from nine medical schools, participated in a survey about learning achievement and the necessity for it.
Results:
It was found that the students had very few chances to receive systematic education in research ethics and that they assumed that research ethics education was provided during graduate school or residency programs. Moreover, the students showed a relatively high learning performance in life ethics, while learning achievement was low in research ethics.
Conclusion:
Medical school students revealed low interest in and expectations of research ethics in general; therefore, it is necessary to develop guidelines for research ethics in the present situation, in which medical education mainly focuses on life ethics.
서론
의료인의 연구윤리에 대한 문제는 2005년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으로 주목 받기 시작하였다. 이 사건 이후 연구윤리에 대한 중요성과 관심을 일깨운 일련의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다양한 논의들이 있었고[1,2], 각 대학, 정부출연 등의 연구기관과 학회는 자체적으로 ‘연구윤리 가이드라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연구윤리 실무 매뉴얼’ 등을 제정하는 등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다각적인 노력을 하였다. 국내 의료계 경우는 1990년 초반 일부 의료 기관에서 임상연구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운영하였으며, 2005년 1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였고, 2012년 생명윤리법 전면 개정에 따라 병원 내에 기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연구심의위원회, 동물실험윤리위원회 등의 설치를 의무화하였다.
우리나라 의과대학의 의료윤리 교육의 현황을 보면, 1980년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의 의학과 4학년 교육과정에서 “의학윤리”라는 이름의 교과목이 개설된 것을 시작으로, 1990년대 말 이후 각 의과대학에서 의학윤리를 포함한 프로페셔널리즘 관련 교과목 수가 꾸준히 증가하였다[3]. 그러나 Choe [3]에 의하면 ‘의료윤리’, ‘연구윤리’, ‘생명윤리’ 등의 이름으로 유사한 과목을 개설하고 있는 학교는 전체 의과대학 41개 중 35개이며 35개 학교의 윤리과목에 배정된 교육시간은 평균 41.2시간으로 의과대학 총 교육시간인 5,748시간의 0.8%에 불과하다. 최근 들어 여러 의과대학에서 의학교육의 내실화를 명분으로 학습성과바탕 교육과정(outcome-based curriculum)으로 개편하면서 평생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고취를 위한 의학연구 역량을 강조하는 다양한 주제의 학생 연구 활동을 교육과정에 반영하고 있다[4,5]. 그러나 이러한 학생들의 연구 활동을 강조하는 것에 비하여 연구윤리 교육의 필요성이나 중요성에 대한 논의는 많지 않다.
본 연구는 최근 윤리 강령이나 의료윤리의 학습목표, 평가방법을 중심으로 의과대학생의 윤리교육 강화에 대한 논문들[6,7,8]이 발표되고는 있지만 전공의나 대학원생에 비해 의과대학 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윤리 교육이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되었다. 본 연구에서는 학부수준의 연구윤리 교육에 대한 의과대학생들의 인식 정도를 알아보고, 다음으로 2007년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orean Association of Medical Colleges, KAMC)에서 제시한 윤리교육 학습목표 달성도를 조사하여 현재 의과대학의 연구윤리교육의 문제점을 찾아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대상 및 방법
연구자는 2013년 11월 1일부터 20일까지 가천의전원, 차의전원, 강원의전원, 제주의전원, 아주의대/의전원, 충북의대/의전원, 경상의전원, 단국의대, 을지의대 등 국시 대비를 위한 모의고사 컨소시엄 9개 대학 본과 4학년 의과대학생(이하 의대생)과 의학전문대학원생(이하 의전원생) 436명 재학생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분석은 이 중 설문에 응답해준 393명(회수율 90%)을 대상으로 하였다. 설문지는 세 부분으로 구성되었는데, 교육경험 1문항, 교육주체 2문항, 교육시기 1문항으로 연구윤리 교육에 대한 인식 정도를 묻는 4개의 문항과 KAMC에서 제시한 ‘윤리와 의료윤리의 이해’ 영역의 학습목표 달성도 설문지를 재구성한 12개 문항으로 작성하였다. 인식정도는 5점 척도로 응답하도록 하였으며, 학습목표 달성도는 졸업 당시 실제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정도를 5점 척도로 자기보고 하도록 하였다. 총 16개로 구성된 설문지의 신뢰도(Cronbach α)는 0.927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자료 분석은 SPSS version 12.0 (SPSS Inc., Chicago, USA)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기술통계와 t-검정을 실시하였다.
결과
1. 연구윤리 교육에 대한 인식
연구윤리 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경험을 물은 결과(Table 1), 의대생은 평균 2.28, 의전원생은 2.65로 학생들이 정규 과정에서 연구윤리 교육을 받은 경험이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의대생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더 낮은 점수를 보였다(p<0.05). 연구윤리 교육의 주체에 대한 질문에는 의대생과 의전원생 모두 연구 태도나 윤리에 대한 교육을 지도교수나 선배들에게 배우는 것을 크게 기대하지 않고 있었으며, 교육의 시기에 대해서도 졸업 후 전공의 시기에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응답하였다.
2. 학습목표 달성 정도
4년간의 의과대학 교육을 통해 얼마나 윤리교육에 대한 학습목표를 달성하였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해서, 12개 전체 항목의 평균은 2.60으로 대체로 낮게 나타났다(Table 2). 각각의 학습목표 달성도를 살펴보면, ‘생명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른 생명윤리 문제의 주요 쟁점과 준거를 설명할 수 있다’는 학습목표는 평균 3.07,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명제들에 대해 토론할 수 있다’는 학습목표는 평균 2.95로 보통 수준을 나타내었다. 반면, ‘의료윤리의 역사적 기초와 4원칙을 설명할 수 있다’는 학습목표는 평균 2.03으로 가장 낮은 달성도를 보였으며, 윤리적 지침의 역사(2.29), 의료윤리 관련 단체 현황(2.30), 의학 및 연구 윤리 핵심 내용(2.41) 등에 대한 학습목표들은 모두 상대적으로 낮은 달성도를 보였다.
고찰
2007년 KAMC는 “인문사회의학 교육과정 개발 연구” 보고서[9]를 발간하여 98개의 인문사회의학 학습목표를 제시하였다. 이 보고서는 인간과 고통에 대한 이해, 윤리와 의료윤리의 이해, 자신에 대한 분석과 개발, 의료와 사회의 관계에 대한 이해, 다른 사람과의 관계 유지, 의사의 직업전문성 등 6개 영역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의과대학생들을 위한 연구윤리 가이드가 부재한 현실에서 윤리와 의료윤리의 이해에 대한 학습목표를 제시함으로써 연구윤리의 기본개념과 윤리적 과제를 성찰할 수 있도록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본 연구는 연구윤리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과 실제로 학생들이 졸업할 당시 KAMC가 제시한 윤리교육에 대한 학습목표 중 연구윤리 내용을 포함하는 ‘윤리와 의료윤리’ 학습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하였다고 생각하는지를 조사함으로써 의과대학생을 위한 학부수준의 연구윤리 교육의 중요성을 설명하고자 하였다.
연구 결과, ‘연구윤리 교육을 정규 교육과정에서 받은 경험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학생들은 보통(3.0) 이하의 점수를 보임으로써 연구윤리 교육이 미흡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연구윤리에 대한 교육을 교수나 선배를 통해 배우는 것을 크게 기대하고 있지 않았으며 연구윤리는 의과대학이 아닌 졸업 후 교육, 말하자면 대학원이나 전공의 시기에 교육받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러한 학생들의 인식 결과는 학부수준에서 연구윤리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자리잡고 있지 못할 만큼 의과대학 학부수준의 연구윤리 교육 필요성을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12개의 학습목표 달성도를 조사한 결과, 전체 평균이 2.60으로 5점 척도를 사용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체로 낮은 달성도를 보였다. 학습목표 중에서 ‘의료윤리의 역사적 기초와 4대 원칙을 설명할 수 있다’는 학습목표 달성도가 2.03으로 가장 낮은 반면, ‘생명유지 장치의 유지, 중단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학습목표 달성도는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나타냈다. 이러한 결과는 국내 의과대학의 의료윤리교육 실태를 조사한 맹광호 연구 결과와도 일치한다. Meng [10]은 국내 의과대학의 의료윤리교육이 주로 윤리개념이나 생명윤리, 임상연구 등에 치중되어 있으며 연구자의 연구윤리에 대한 문제나 환자-의사 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보고한 바 있다. 본 연구 결과는 국내 의과대학의 의료윤리 수업이 ‘생명윤리’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에 비해 ‘연구윤리’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상대적으로 미흡한 것을 드러냈다.
본 연구가 9개 대학 학생들의 인지도만으로 의료윤리 교육의 달성도를 평가했다는 점에서 일반화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4년간의 의학교육을 통해서 연구윤리 학습목표를 졸업할 당시 학생 스스로 평가하도록 하고 연구윤리에 대한 인식도를 조사함으로써 앞으로 연구윤리에 관한 교육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학부수준의 연구능력 함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의과대학의 다양한 학생 연구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는 현 상황을 고려할 때,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윤리 교육이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본 연구 결과에서 학생들이 기대하고 있는 것과 같이 졸업 후 전공의 교육에서 연구윤리 교육이 충실히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후속 연구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Acknowledgements
This work was supported by the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 (NRF) grant funded by Good Research Practice (NRF-2012-S1A4-A1051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