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지난 몇 년간 우리 의학교육계에서는 의과대학(혹은 의학전문대학원; 본 논문에서 이후 ‘의과대학’은 의학전문대학원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사용한다) 교육과정(curriculum)이나 단위 교육프로그램(course)을 분석과 설계, 개발과 시행 및 평가의 체계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자하는 시도가 있었다[1,2]. 이러한 접근은 교육프로그램의 개발을 학습자, 학습자원, 교수자 및 학습 맥락을 포괄하는 체제(system)로 보는 일반 체제이론에 기반을 둔 것으로, 여러 교육프로그램에서 교수체제 모형을 활용한 수업개발 경험과 효과가 보고되었다[3,4,5,6].
교수체제개발(instructional systems development, ISD)모형은 수업을 설계하는 과정을 체제의 관점에서 파악하는 것으로 학습자의 요구와 학습목적 분석, 교수자료의 개발, 교수 방법의 고안, 교수활동의 실행 및 수정과 교수-학습 평가 및 운영을 모두 포함하는 절차와 단계를 안내한다[7]. 의과대학에서 전통적인 교육프로그램 개발이 교육 내용의 전문가이자 강의자인 ‘교수’에 의해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교수체제개발에 기초한 프로그램개발은 ‘교수설계자’를 중심으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고, 평가할 것인지’에 관한 단계적인 과정과 절차를 안내한다[8]. 따라서 ISD 모형에 따른 프로그램 개발은 교육 전문가가 교육프로그램 개발 전반에 개입하면서 기존에 축적된 학습 및 교육과 관련된 과학적 지식을 수업 설계 과정에 체계적으로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의학교육에서 활용되고 있는 analysis, design, development, implementation, evaluation (ADDIE) 모형을 비롯하여 이를 상세화시킨 Dick et al. (2007) 모형 등은 내용전문가와 교수자 및 교수설계자가 뚜렷이 구분되지 않는 의과대학 교육현장의 맥락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3]. 교육학을 접할 기회가 부족한 의과대학 교수자가 이러한 모형을 활용하여 교수설계를 하기에는 내용과 절차가 복잡하여 쉽게 접근하기 어려우며, 의학적 지식이 부족한 전문적 교수설계자는 의학 영역의 특수성 때문에 세부내용의 설계까지 접근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의과대학의 교육내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게 된다. 또한 기존의 ISD 모형은 그 내용을 엄격하게 적용하기에는 시간과 노력이 너무 많이 소요되어[9,10] 실제 의과대학의 다양한 수업개발에 널리 사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 결과 의과대학에서는 기존의 수업을 개선하거나 새로운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체계적인 개발의 요구(needs)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ISD에 따른 교육프로그램 개발은 여전히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문제점에 대하여 Lim et al. [10]은 기존 ISD 모형의 대안으로서 설계 초기에 빠르게 최종 결과물의 형태를 개발하는 래피드 프로토타입을 활용하여 개발물에 대한 사용성을 평가받고, 분석, 설계, 개발의 모든 단계에서 의뢰인과 설계자의 지속적 상호작용을 강조하는 간편교수 설계모형을 제안하였다. Lim et al.에 따르면 간편교수 설계모형은 기존 ISD모형의 엄격한 적용을 지양하고 빠르게 설계하고 개발하도록 하면서 의뢰한 측과 설계자 측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통한 계속적인 프로그램의 질적 개선을 지향하는 모형임을 강조한다. 간편교수 설계모형은 교수설계자와 의과대학 교수자의 협력이 강조되고, 비교적 빠르고 신속하게 프로그램을 개발하고자하는 의과대학의 맥락에서 기존의 ISD 모형에 대한 대안적 개발방법론으로 고려해 볼 수 있다.
본 연구는 실제 C의학전문대학원에서 간편교수 설계모형을 활용한 의료윤리 교육프로그램 개발 경험을 통하여 설계 모형의 효과성을 살펴보고, 결과물로 제시된 개발프로그램을 평가한 사례연구이다. C의학전문대학원의 2007년도 의료윤리 교육프로그램은 의료윤리 전공의 전임교원이 없는 상태에서 1명의 의료윤리 책임교수가 강의주제를 선정하여 소개하고, 학생간의 토론식으로 수업을 진행하였다. 그러나 기존 의료윤리 프로그램에 대한 학습자 만족도와 교육의 효과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어 교수체제개발에 기초한 의료윤리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되었다. 교수설계자와 교수자로 이루어진 연구자는 간편교수 설계모형을 활용한 의료윤리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실제 수업에 적용한 사용성을 보고하고자 한다.
대상 및 방법
1. 연구 대상
본 개발 연구의 대상은 C의학전문대학원의 의료윤리 교육프로그램이고, 평가에는 개발된 프로그램을 수강한 2학년 재학생 120명(2008년), 99명(2009년)과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교수자로 참여한 7인이다.
2. 연구 방법 및 절차
본 연구는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개발된 프로그램을 평가하는 절차로 이루어졌다. 첫째, 프로그램 개발과정은 3인의 연구자가 간편 교수체제설계 모형(Fig. 1)의 절차에 따라 의료윤리 교육프로그램에 교수설계자, 내용전문가, 교수자로 참여하여 각 단계별 진행사항과 문제점 및 개선사항에 관한 기록을 작성하고, 각 단계별 활동내용과 결과물을 수집하였다.
둘째, 프로그램 평가는 학생 설문조사, 학생 초점집단 면담, 교수자 일대일 면담방법을 통해 다각적으로 실시하였다. 학생 설문조사는 2008년도, 2009년도 2회에 걸쳐서 시행되어 이전 프로그램을 수강한 학생들이 응답한 2007년도 설문 결과와 비교하여 제시하였다. 학생들은 교육프로그램을 수료한 후 C의학전문대학원에서 자체 개발한 웹 설문조사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교육내용의 적합성, 교육방법 및 교수 전략의 적절성, 평가의 적절성, 학습자 자가평가 등의 4개 영역의 총 8개 질문에 ‘매우 그렇다’(5점)부터 ‘매우 그렇지 않다’(1점)까지 5점 Likert 척도로 응답하였고, 결과는 평균과 표준편차의 기술적 통계를 산출하여 제시하였다.
학생 초점집단 면담과 교수자 일대일 면담은 2009년도에 프로그램의 질적 자료의 확보를 위하여 실시하였다. 학습자 초점집단 면담은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한 2학년 학생 8명을 대상으로 교육주제, 교육 방법 및 교수 전략과 교수자 평가 및 개선사항 등에 관하여 반구조화된 질문에 응답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교수자 일대일 면담은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한 교수자 중 인터뷰에 응한 5명의 교원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의 장점, 개선점 및 교수자 자가 평가에 관한 항목들을 이용하여 반구조화된 면담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모든 면담내용은 녹음되었으며, 녹취록 면담 자료를 분석하였다.
결과
1. 분석
분석 단계는 과제 분석과 요구 분석이 동시에 수행되었다. 과제 분석은 의료윤리 교육에 관한 문헌 조사를 통해 도출되었다. 요구 분석은 교수자 4인의 개별 면담과 기존 프로그램에 대한 학생 설문 분석을 통해 Table 1의 예시와 같이 요구의 확인, 원인 분석, 해결안 제시 등의 형태로 이루어졌다.
2. 설계
설계 단계는 2인의 연구자가 작성한 설계초안을 기초로 기존에 의료윤리 프로그램에 강사로 참여한 경험이 있거나 이후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 교수자 5인을 대상으로 집단토의방식을 통해 도출하였다. 그 결과 설계단계에서는 교육목표, 교육주제, 교육방법 및 전략에 관한 프로그램 개발의 설계 원칙을 제안하여 적절한 교수자를 추천하고, 프로그램 평가 방안을 제안하는 활동이 수행되었다. 교육목표는 의료윤리의 문제인식하기, 의료윤리의 기본원칙과 이론적 지식의 습득, 의료윤리의 문제해결능력과 판단력 함양이다. 제안된 교육주제는 의료윤리의 원칙, 관계윤리, 삶과 죽음, 낙태와 가족계획, 존엄사와 장기이식, 연구윤리, 의료윤리와 법, 소아과적 윤리문제, 정신과적 윤리문제이다. 교육방법은 의료윤리의 현장경험이 풍부한 다양한 임상전공의, 의과대학 교수, 윤리학과 법의학 전공자를 포함하고, 프로그램 운영의 책임교수와 프로그램의 운영을 보조할 수 있는 교수설계가 1인을 포함한 팀티칭의 형태가 제안되었다. 교수자 그룹은 관련주제의 내용전문가 혹은 임상 전문의가 참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강의주제에 따라 사례를 공유하기 위하여 전공의, 임상실습 학생, 호스피스 자원봉사자 및 종교인이 튜터 혹은 학습자로 강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였다. 수업 진행과 관련한 기본사항으로는 의료윤리문제 사례제시와 소규모 그룹토의가 진행되도록 제안되었다. 교수 전략에 관해 논의된 것은 학습자의 흥미유발과 학습몰입 유지, 수업에서의 학생과 교수자 및 학생과 학생 사이의 상호작용 강화, 학습부담의 적절수준 유지이다. 의과대학 학생들은 학업부담이 높고 임상과목의 잦은 시험으로 인해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몰입도가 낮은 수업은 학생의 흥미를 반감시켜 수업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릴 수 있고 지식위주의 과도한 학업부담은 윤리적 문제에 대한 민감성을 반감시킬 수 있는 위험이 논의되었다. 의료윤리는 졸업 후 직면하게 되는 실질적인 문제임을 고려하여 교수자가 직․간접 경험한 의료윤리 문제와 사회적으로 이슈화된 사례를 활용하여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윤리문제의 분석과 추론 및 해결 방안을 강구하는 데 학생들의 직접적인 참여를 독려하도록 하였다.
3. 개발 및 운영
본 프로그램은 의학전문대학원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10주 동안 총 20시간, 1학점의 수업으로 개발되었다. 교육프로그램 개발에는 윤리 책임교수 1인(소아청소년과)을 포함하여 강의를 의뢰받은 교내 사범대학의 윤리교육학 전공 교원 1인, 내과 전공 교원 2인, 산부인과 전공 교원 1인, 정신과 전공교원 1인, 법의학 전공 교원 1인 등 총 7인이 참여하였다. 의료윤리 교육에 참여한 교원들은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사전모임을 하여 설계 제안과 개발 방향을 공유한 후에 각 차시별 교육 자료를 개발하였다. 매 주별 교육방법은 수업주제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주로 윤리문제 사례제시와 토론의 형태로 개발하였다(Table 2). 자료는 강의주제에 따라 이론적 배경과 의료문제의 갈등 상황에 대한 사례들로 동영상, 사진, 텍스트의 형태로 개발되어 빔프로젝트나 복사물로 학생들에게 제공되었다. 의료윤리 교육프로그램의 운영은 책임 교수 1인이 전체 교육프로그램을 총괄하여 운영하였으며, 매 시간 교육주제에 따라 교육내용을 개발한 교수자가 수업을 진행하고 다른 교수자들은 교육주제에 따라 공동 학습자 혹은 튜터의 형태로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였다. 교육프로그램이 개발된 후에는 매년 교육이 끝난 시점에 교수자 그룹은 학습자의 프로그램 평가 결과를 공유하면서 교육프로그램의 수정과 보완 방안을 모색하는 방식으로 의료윤리 교육프로그램이 운영 되었다.
1) 학생 설문조사
온라인으로 진행된 프로그램 평가에는 2008년도 110명(91.6%), 2009년도 66명(66.7%)의 학생이 응답하였다. 2007년도에 시행되었던 기존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평가와 개발된 프로그램의 평가 결과(2008년도, 2009년)는 Table 3과 같다.1) 간편 교수체제설계 모형을 활용하여 팀티칭의 형태로 개발된 프로그램은 이전에 강의형태로 진행된 프로그램(2007년도)에 비하여 교육 내용의 적합성, 교육 방법 및 교수 전략의 적절성, 평가의 적절성, 학습자 자가평가의 전 영역에 걸쳐 교육프로그램으로의 사용성이 높이 평가되었다.
2) 학생 초점집단 면담
학생 초점집단 면담에서 학생들은 교육의 주제와 내용, 교육 방법과 교수 전략이 학생들의 흥미를 자극하고 수업에 몰입할 수 있어 “지루할 수도 있는 수업인데 매 시간 흥미롭고 재미있었다”거나 “신선한 충격과 생각할 여지를 주는 여운이 있는 수업”이라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매 시간 시사고발 프로그램의 의료문제나 실제 윤리적인 문제가 되었던 사례가 제시되어 멀게만 느껴졌던 의료윤리 문제가 생생하게 다가왔고”, “(교수자) 자신의 솔직한 경험담을 토대로 실질적인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학습목표에 일치했으며, 실제 이슈화되었던 사건들을 비디오로 시청하게 하고 토론하게 하신 것이 (의료윤리에 대한 민감성을 높이는 데) 아주 큰 효과가 있었다” 고 진술하였다. 학생들은 교육주제와 관련하여 “의학전문대학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대부분 한 번쯤 생각해 본 문제이나, 의료윤리 수업을 받으면서 이제 그 문제가 내 문제로 실감이 되었고, 의사의 시각에서 문제를 다시 보게 되었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학생들은 이러한 수업방식이 실질적으로 윤리문제의 해결능력을 배양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였다. “문제만 던져주고 토론을 하도록 했지만 해결책은 없는 것이 대부분이었어요”, “수업을 받고나면 내가 이런 문제에 부딪힐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감이 잡혀야 하는데...[중략]... 생각은 많아졌지만...[중략]...어떻게 해결할지 그 프로세스는 아직도 모른다”다고 응답하였다. “실제 의료 상황에서 겪을 수 있는 윤리적 문제를 생각하는 것은 좋았는데...[중략]... 확실한 결론이 없이 수업이 흐지부지해지는 느낌이었다. 선배 의사로서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윤리적 관점이라든지, 미래의 의사로서 학생들에게 그러한 윤리적 갈등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행동방향을 제시해 주셨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학생들은 다양한 전공의 교수자가 참여하는 팀티칭의 방식에는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의료윤리는 강의하는 사람의 어떤 특정한 시각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는데...[중략] 여러 전공의 교수님이 수업을 번갈아 맡아서 윤리적 문제를 다양한 시각으로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었고, “의사가 아닌 윤리학자의 강의는 윤리의 기초적 지식과 윤리적 원칙의 내용과 의미를 잘 전달되었다”는 의견과 “의료윤리의 핵심개념에 대한 이론적 접근이나 법조인 등이나 더 다양한 교수님들이 참여하는 방식 등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초점 집단 면담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것 때문에 수업시간이 늘어나는 것은 반대하였다. “의료윤리 수업이 중요하지만 다른 공부할 것도 많은데...[중략]...어차피 배울 것은 많고 시간은 제한되어 있어서 선택의 문제인 것 같다”는 의견이다.
지필고사 위주의 평가의 방식에 대해서는 대부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시험 준비와 관련해서는 “어차피 지필고사이고 이것도 족보 문제(시험 기출문제)가 있어서 그냥 그대로 외운다”는 응답이 있었고, “그럼에도 어떠한 기준으로 채점이 되는지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윤리시험 성적이 그 사람의 윤리성(윤리교육의 효과)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암기 능력과 글쓰기 능력의 평가”라는 회의적인 시각을 제시하였다.
3) 교수자 면담
교수자들은 프로그램의 개발과 운영에 대해 “수업시간에 학생들의 반응도 좋았고, 가르치는 사람도 덕분에 공부도 할 수 있고...[중략]...학생이나 교수에게 모두 의미 있었다”고 평가하거나, “꼭 필요한 교육이었고, 학생들이 이런 교육을 통해 의사로서의 윤리의식이 고취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응답하였다.
그러나 교수자들은 교육 방법과 교수 전략이 잘 사용되었는지에 대한 응답에는 “이슈화되고 있는 방송물이나 법적으로 쟁점이 된 사례를 제시하면 학생들이 더 흥미롭게 생각하고, 관심을 많이 갖는다. 일방적인 강의보다는 이런 식(문제사례를 이용한 학습자 토론)이 더 좋았던 것 같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실제로 해보니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그런데 가르칠 내용은 많고...[중략]...학생들의 토론이나 대답도 그냥 피상적인 경우가 많아서...[중략]...교수자의 강의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는 응답도 있었다. 학생들과의 상호작용을 위해 사용한 교수 전략이 무엇이었냐는 물음에는 대부분의 교수자들은 ‘질문과 대답’, ‘조별 발표에 대한 피드백’만을 제공한다고 답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상호작용의 활용에 대해서는 “(수업에서 소극적인 것이) 의대 특성일 수 있는데 질문 있냐고 물으면 하는 사람도 별로 없고...[중략]...발표를 자율에 맡기면 (학생들이) 안하게 되니까 그냥 이름을 불러 지목해서 하기도 하고......”, “(학생들이) 다 발표하고 피드백 주면 좋겠지만 가르칠 양이 많아서 결국에는 강의를 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더 남는 것이 많은 경우도 있다”고 응답하였다. 교수자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자신의 자가평가에 대해서는 대부분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의료윤리 교육프로그램에 계속 참여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대부분 계속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응답하였다.
고찰
본 연구의 목적은 실제 한 의학전문대학원에서 간편 교수설계모형을 활용하여 의료윤리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한 사례와 그 결과를 통해 교육프로그램의 효과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본 연구를 통해 프로그램 개발과 효과성에 대하여 몇 가지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
첫째, 분석, 설계, 개발의 동시적인 시행을 통한 개발의 편리성이다. 기존의 ISD 모형은 분석, 설계, 개발 및 평가가 선형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전체 개발 과정에 소요되는 시간이 많고, 결과물을 마지막 단계에서야 확인하게 되는 한계가 있다[9,11,12]. 그러나 간편 교수설계 모형에서는 각 개별 단계의 계속적인 순환을 강조하여 의뢰인과 교수개발자가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실제로 본 연구의 프로그램 개발과정 중 분석과 설계는 교육학 전문가인 교수설계자가 주도하고, 자료 개발과 운영은 의과대학 교수자가 주도하여 동시에 진행하면서 각 단계별 결과를 몇 차례 모임을 통해 공유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 개발 시간을 단축시키고 최종 결과물에 대한 합의를 빠르게 이끌어낼 수 있었다.
둘째, 교수설계자, 책임 교수, 교수 팀원의 계속적인 피드백에 의한 프로그램의 개선 경험이다. 기존의 ISD 모형은 교수설계자 위주로 개발과정이 진행되면서 의뢰인 측이 개발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결과물을 마지막에 확인함으로써 프로그램의 개선 기회가 제한되는 문제가 있다[9, 11,12]. 따라서 이러한 모형들을 활용한 결과는 교수설계자의 역량에 많이 의존하게 되고 실제 프로그램 개발을 필요로 하는 의뢰인 측에서는 세부내용의 설계에는 참여하지 않으나 전반적인 개발 방향을 안내하는 교수설계자의 역할을 필요로 하는 경우에 적합하지 않았다. 이 연구에서 교수자는 수동적인 참여자가 아닌 정보제공자, 개발자, 프로그램 평가의 역할을 수행하였는데, 개발의 각 단계에서 교수자는 교수설계자와 책임교수와의 계속적인 소통을 통해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를 높임으로써 교육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교육 프로그램의 개선에 기여하게 되었다. 그러나 간편 교수체제 설계 모형은 설계와 개발, 운영과 평가의 모든 단계에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모든 주체의 계속적인 피드백을 강조하면서 보다 의과대학의 개발 맥락에 적합한 개발물을 도출할 수 있었다.
셋째, 팀티칭에 의한 교수자의 전문성 강화이다. 대부분의 교수자들은 비록 의료윤리의 전공자가 아니지만 자신의 전공과 관련한 의료윤리의 특정 교육주제에 대하여 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하여 교수자로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다. 팀티칭에 의한 프로그램의 구성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수자들에게 의료윤리에 관한 학습의 경험 기회를 제공하였고, 특정 주제와 관련된 계속적인 교수경험은 교수자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넷째, 교수 전략에 관한 교수개발의 필요이다. 사례를 이용한 토론이라는 기본적인 교육방법은 학생들의 흥미를 자극하고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이 결과적으로 학생들의 문제해결능력과 윤리적 판단력을 향상시키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있었다. 교수자들은 개발과 운영의 기본방향에 서로 합의하고 이를 잘 숙지하고 있었으나 실제 교실 현장에서 실현하는 것은 교수자의 교수역량에 좌우가 되는 경우가 많다. 프로그램 개발과정에서는 교수자의 교수 방법과 전략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교육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체제적 교수설계에 의한 교육프로그램 개발은 실제 교육이 이루어지는 교육현장의 자원과 특징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한다. 현재 우리 의료윤리 교육계는 ‘교육시간의 부족’, ‘전공인력의 부족’ 등의 이유로 의료윤리 교육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C의학전문대학원은 비슷한 한계에서 시작하였다. 즉, 어떻게 하면 제한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을까하는 문제에서 출발하여 간편 교수체제설계 모형을 활용한 의료윤리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간편 교수체제설계 모형은 분석, 설계, 개발 과정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교수개발자와 의뢰인 그리고 교육 프로그램 사용자 간 지속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프로그램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실제 의과대학의 특성상 교육프로그램의 개발 의뢰인과 교수설계자 및 교수자의 역할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고 대부분 모든 역할이 동일한 교원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을 감안할 때 의과대학에서 비교적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개발 방법론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모형은 여전히 교수설계에 초보적인 지식을 가진 의과대학 교수자가 교수설계자의 도움 없이 담당 교과목의 개발에 활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향후 의학교육의 교수설계 영역에서는 개발단계의 상세활동을 보다 자세히 안내하는 ‘의과대학 교수자를 위한 설계 원칙과 모형’에 관한 개발연구가 필요하다.